평소에 나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굳이 안가던 곳을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패턴을 바꾸어 매번 지나가던 곳을 들르기로 하였다. 아인슈페너가 한 잔 하고 싶어 찾아간 카페에는 막상 메뉴가 품절되어 결국 이번에도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간만에 다른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시간을 보냈다. 하늘 색깔이 심상치가 않다. 타오르던 일상은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선선해져가고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벌써 올해도 절반을 훌쩍넘어버렸다. 햇살따라 사진마저 발색이 묘하게 나타났다. 딱히 특별하지 않은 흔한 아파트마저 사진에서만큼은 특별한 필드가 되어버렸다. 만약 모델이 있었다면 햇살 따라 찍으면 인생샷 나오기 참 좋았던 토요일 저녁. 휴일이 끝나고 다음 날, 귀찮은 기분을..
무더위에 지쳐가는 일상을 달래려 정동 인근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과감하게 지르고 숙소에서 정동을 내려다보았다. 익숙한 모습들이 하나 둘 보여지고 보여지는 것과 다르게 밖으로 나가면 금방 무더위에 지쳐버린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그렇지 않아도 씻고 개운한 마당에 그대로 푹신한 침대에서 낮잠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 조금 늦게 낮잠을 즐기다 밖으로 나온다. 도심에서 즐기는 낮잠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조금 금전 여유가 된다면 퇴근하고 금요일-토요일끼고 이렇게 호캉스 즐겨보고 싶은데 사실 매번 그러는 것이 쉽지 않기에 잊혀질 법 할때 또 시도해보겠다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니 여느 때 다름 없는 한산한 일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기분탓인지 평소에 매번 이곳까지 나오다 홀가분하게 걸어서 나오니 더 느낌은 완연히 다..
버스를 타고 해방촌으로 넘어왔다. 후덥한 가운데 길을 따라 이태원동으로 향하는 와중에 재미있는 안내표지를 보았다. 처음 마주하곤 느껴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 "누구냐 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어느 동물병원의 기가 막힌 마케팅이다. 잠시 육교로 올라갔다. 흑백으로 담아본 해방촌 언덕은 참으로 묘하기만 하다. 저 멀리 보이는 교회와 하늘을 지탱하는 남산타워의 조화는 사람들이 의존하는 종교마저 인간의 기술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뭔가 아이러니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았다. 그저 넌센스 같은 세상의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하늘과 도로는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리단과 이태원을 잇는 녹사평 언덕길은 참 재미있는 곳인 것 같다. 언덕으로 늘어진 개인 카페와 레스토랑 + 펍들이 어우러져 젊음을..
더위에 지친 가운데 서촌골목을 지나다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다. “Your Word is a Lamp to My Feet and a Light for My Path.” - Psalms 119:185 - 더운 것도 모자라 막상 들어갈 생각도 없는 카페에 새겨진 창가의 문구와 반대편 거리를 비추는 유리창 속의 세상은 참 부조화스러운 분위기를 풍겨주었다. 마치 이곳의 더위로부터 해탈하라는 것 처럼 어디 나라 말 처럼 자력갱생하라는 것 같은 느낌. 밖의 무더위를 알랑가 몰랑가 이곳의 오래된 미용실은 여느 때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여름에는 모발이 참 거슬리기만하다. 헤어커트를 해도 얼마 안된거 같은데도 모발이 빨리자라는 것 같고 특히 지성모발이라면 여름 무더위에 더 장난아니게 분비되는 개기름과 땀+미..
전철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갈려 하는데 정작 움직여야 할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한증막 같은 공기 그리고 끈적거리는 미지근한 빗방울. 벌써부터 머리에서 발 끝까지 푹 고아낸 육수같은 땀 방울이 몸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비를 피하려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도로에는 마구잡이로 질주하는 차들로 사람들은 신호가 바뀌길 기다린다. 그때 어느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급한 것 같다. 잠시 비가 멎었지만 차량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과 습한 공기가 뒤엉켜 가만히만 있어도 불쾌감이 엄습한다. 1분 1초도 견디기 힘든 가운데 마침내 신호가 바뀌어 사람들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람들의 좌충우돌 일상 속에 광장은 그런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양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