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출근길에 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집을 나선다. 다른 건 없다. 사진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사진으로 마무리되는 삶이 그저 즐겁기에. 중간에 힘들거나 고달픈 순간도 많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지 눈 앞에 펼쳐진 길가에 덜 치워진 짱돌 무더기이기에 나아가기 성가실 뿐, 그렇다고 앞을 막지 못한다. 강남역을 나와 아침을 걸어가기 무섭게 대로변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며 사진 속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삶을 시작하는 순간을 통해 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본다. 오늘은 어떤 사진을 찍을까? 오늘은 어떤 순간을 잡을까? 어느새 나는 조금씩 단조로운 삶이 아닌 다이나믹한 삶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그저 목에건 카메라 하나와 함께. 2019년 9월의 어느 날.
전철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갈려 하는데 정작 움직여야 할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한증막 같은 공기 그리고 끈적거리는 미지근한 빗방울. 벌써부터 머리에서 발 끝까지 푹 고아낸 육수같은 땀 방울이 몸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비를 피하려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도로에는 마구잡이로 질주하는 차들로 사람들은 신호가 바뀌길 기다린다. 그때 어느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급한 것 같다. 잠시 비가 멎었지만 차량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과 습한 공기가 뒤엉켜 가만히만 있어도 불쾌감이 엄습한다. 1분 1초도 견디기 힘든 가운데 마침내 신호가 바뀌어 사람들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람들의 좌충우돌 일상 속에 광장은 그런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양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