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일상 속에서서 헤매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성큼지나간다. 벌써 11월의 끝이 보인다. 그것도 숨 좀 돌릴 때즈음... 다양한 일상을 가진 사람들이 뒤엉켜진 광장을 거쳐 주어진 일상의 루트를 따라 걷다보면 어찌나 눈앞에서 보이는 피사체의 명암이 선명하던지, 비록 그것이 단조로운 순간일지라도 보고 느끼는 내게 있어 그저 한 순간의 멋스런 기억이 아닐 수 없더라. 비 바람이 불어재껴 창가를 거칠게 적시며 뒤흔들고는 마치 샤워를 막 끝낸 사람의 몸처럼 싱그러워진 하루는 한 줄기의 빛이 파란 하늘을 깨우듯이 우리의 삶 또한 이와 같으리. Nov, 2019. Seoul.
무더위에 지쳐가는 일상을 달래려 정동 인근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과감하게 지르고 숙소에서 정동을 내려다보았다. 익숙한 모습들이 하나 둘 보여지고 보여지는 것과 다르게 밖으로 나가면 금방 무더위에 지쳐버린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그렇지 않아도 씻고 개운한 마당에 그대로 푹신한 침대에서 낮잠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 조금 늦게 낮잠을 즐기다 밖으로 나온다. 도심에서 즐기는 낮잠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조금 금전 여유가 된다면 퇴근하고 금요일-토요일끼고 이렇게 호캉스 즐겨보고 싶은데 사실 매번 그러는 것이 쉽지 않기에 잊혀질 법 할때 또 시도해보겠다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니 여느 때 다름 없는 한산한 일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기분탓인지 평소에 매번 이곳까지 나오다 홀가분하게 걸어서 나오니 더 느낌은 완연히 다..
버스를 타고 해방촌으로 넘어왔다. 후덥한 가운데 길을 따라 이태원동으로 향하는 와중에 재미있는 안내표지를 보았다. 처음 마주하곤 느껴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 "누구냐 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어느 동물병원의 기가 막힌 마케팅이다. 잠시 육교로 올라갔다. 흑백으로 담아본 해방촌 언덕은 참으로 묘하기만 하다. 저 멀리 보이는 교회와 하늘을 지탱하는 남산타워의 조화는 사람들이 의존하는 종교마저 인간의 기술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뭔가 아이러니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았다. 그저 넌센스 같은 세상의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하늘과 도로는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리단과 이태원을 잇는 녹사평 언덕길은 참 재미있는 곳인 것 같다. 언덕으로 늘어진 개인 카페와 레스토랑 + 펍들이 어우러져 젊음을..
전철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갈려 하는데 정작 움직여야 할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한증막 같은 공기 그리고 끈적거리는 미지근한 빗방울. 벌써부터 머리에서 발 끝까지 푹 고아낸 육수같은 땀 방울이 몸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비를 피하려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도로에는 마구잡이로 질주하는 차들로 사람들은 신호가 바뀌길 기다린다. 그때 어느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급한 것 같다. 잠시 비가 멎었지만 차량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과 습한 공기가 뒤엉켜 가만히만 있어도 불쾌감이 엄습한다. 1분 1초도 견디기 힘든 가운데 마침내 신호가 바뀌어 사람들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람들의 좌충우돌 일상 속에 광장은 그런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양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