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해방촌으로 넘어왔다. 후덥한 가운데 길을 따라 이태원동으로 향하는 와중에 재미있는 안내표지를 보았다. 처음 마주하곤 느껴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 "누구냐 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어느 동물병원의 기가 막힌 마케팅이다. 잠시 육교로 올라갔다. 흑백으로 담아본 해방촌 언덕은 참으로 묘하기만 하다. 저 멀리 보이는 교회와 하늘을 지탱하는 남산타워의 조화는 사람들이 의존하는 종교마저 인간의 기술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뭔가 아이러니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았다. 그저 넌센스 같은 세상의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하늘과 도로는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리단과 이태원을 잇는 녹사평 언덕길은 참 재미있는 곳인 것 같다. 언덕으로 늘어진 개인 카페와 레스토랑 + 펍들이 어우러져 젊음을..
더위에 지친 가운데 서촌골목을 지나다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다. “Your Word is a Lamp to My Feet and a Light for My Path.” - Psalms 119:185 - 더운 것도 모자라 막상 들어갈 생각도 없는 카페에 새겨진 창가의 문구와 반대편 거리를 비추는 유리창 속의 세상은 참 부조화스러운 분위기를 풍겨주었다. 마치 이곳의 더위로부터 해탈하라는 것 처럼 어디 나라 말 처럼 자력갱생하라는 것 같은 느낌. 밖의 무더위를 알랑가 몰랑가 이곳의 오래된 미용실은 여느 때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여름에는 모발이 참 거슬리기만하다. 헤어커트를 해도 얼마 안된거 같은데도 모발이 빨리자라는 것 같고 특히 지성모발이라면 여름 무더위에 더 장난아니게 분비되는 개기름과 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