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해방촌으로 넘어왔다.
후덥한 가운데 길을 따라 이태원동으로 향하는 와중에
재미있는 안내표지를 보았다.
처음 마주하곤 느껴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
"누구냐 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어느 동물병원의 기가 막힌 마케팅이다.
잠시 육교로 올라갔다.
흑백으로 담아본 해방촌 언덕은 참으로 묘하기만 하다.
저 멀리 보이는 교회와 하늘을 지탱하는 남산타워의 조화는
사람들이 의존하는 종교마저 인간의 기술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뭔가 아이러니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았다.
그저 넌센스 같은 세상의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하늘과 도로는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리단과 이태원을 잇는
녹사평 언덕길은 참 재미있는 곳인 것 같다.
언덕으로 늘어진 개인 카페와 레스토랑 + 펍들이 어우러져
젊음을 불사르는 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가끔은 감성을 이용한 묘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낮과 밤이 참 독특하게 달랐던 곳.
흔한 술 파티를 벌이는 이들부터
잠시 티타임 속에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들까지
세상 사람들이 주말을 즐기는 법은
섭렵하기 좋은 축소판으로 늘어져 있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이태원 길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시작한다.
어디서 몰려들어오는지 이태원 길을 절반정도 걸었을 때는 지나온 길너머로
인파로 꽉 차 있었다.
유흥을 즐기는 한국인들과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찾는
외국인들로 뒤엉켜진 이태원 길은 마치 다양한 문화시장이나 전시장 같았다.
길을 걸으며 카메라로 셔터를 눌르며
다양한 광장에 멀뚱거리며 서있는 나를 보았을 땐
이미 그들과는 전혀 다른 화성인처럼 비추어졌다.
그들이 유흥을 찾거나 자기 문화를 찾아다닐 때
그저 나는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밤이라고 예외는 없다.
유흥의 즐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이태원 스트릿은
한 여름 밤이 아니랄까 한증막 같은 열기까지 거리를 데워준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찬다.
(살찐게 아니라?)
한남동으로 넘어갈 때 반대편에서 바라본 버스를 보며
주저 없이 카메라를 들었다.
여전히 즐거움의 유흥을 찾아 이태원으로, 상수동으로 마포로 향하는
우리들의 젊음을 애잔함을 바라보면서.
Saturday, July, 2019.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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