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graph/소다맛프레임

흑백세상 이야기_#4

Ep_1. 정동의 장마

무더위에 지쳐가는 일상을 달래려

정동 인근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과감하게 지르고

숙소에서 정동을 내려다보았다.

익숙한 모습들이 하나 둘 보여지고

보여지는 것과 다르게

밖으로 나가면 금방 무더위에 지쳐버린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그렇지 않아도 씻고 개운한 마당에

그대로 푹신한 침대에서 낮잠에 빠져들었다.

 

Ep_2. 그래도 잠시 밖으로.

한 시간 조금 늦게 낮잠을 즐기다 밖으로 나온다.

도심에서 즐기는 낮잠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조금 금전 여유가 된다면 퇴근하고 금요일-토요일끼고

이렇게 호캉스 즐겨보고 싶은데

사실 매번 그러는 것이 쉽지 않기에 잊혀질 법 할때 또 시도해보겠다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니 여느 때 다름 없는 한산한 일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기분탓인지 평소에 매번 이곳까지 나오다 

홀가분하게 걸어서 나오니 더 느낌은 완연히 다르다.

 

깨알같은 오래됨 속에 현대적인 분위기로 갈음된 광화문 광장은

오늘도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무더운 장대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Ep_3. 스타벅스 리저브

여유부리며 다른데 가볼까 하다가 

엄습해오는 무더위의 습한 열기에 

자주가는 카페로 발걸음을 돌렸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찾던 광화문 스타벅스.

이곳을 찾은지도 올해로 5년째이다.

 

그간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고

이전에 프로필겸 모델이 되어주었던 파트너들도

지금은 이곳의 지나간 인연이 된지 한참 지난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이들과도 정이 들어 지금도 티타임을 함께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다행히 이곳과의 인연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호캉스를 맞이해 한다는 것이 꼴랑 카페가서 수다떠는거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휴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단지 마음 편히 그들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할 뿐이지.

그들의 커피 내리는 기교를 보는 것도 하나의 찬스.

 

다만 여기에는 역설적인 단면이 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커다랗기 때문에...

 

Ep_4. 자정녘, 서울의 열대야 속에서.

심야 시간대에 접어든 세종로 거리는 한산했다.

퇴근시간 때까지 보이던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정동을 지키고 있는 성공회 성당은

은은한 빛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때를 묵묵히 기다린다.

인적이 뜸해진 성당의 모습은

마치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홀로 기도를 하던 예수의 모습과

오마쥬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빈 자리에는

낮 동안 뜨거웠던 더위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달아오르는 불판 마냥 아지랭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히려 이 시간대에 신난 것은 도로의 차들이다.

 

매번 통행 차량이 많아 불편했는데

밤에는 도로가 한산하니까 신호만 허락한다면 

계속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Ep_5. 늦은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

사실 나도 이곳 사람이 아니다보니

늦은 하루를 마감 할 때면 부랴부랴 

막차를 잡아타려고 빨리 움직이곤 했다.

 

그러다 잠시 이곳에 지내며 바라본 것은

미처 하루를 제때 마무리 하지못한 사람들의

역동적인 마지막 순간들이었다.

 

물론 느끼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왠만하면 일찍 다녀야겠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다음 날을 위해선.

 

Ep_6. 빛이 지지 않는 광화문 광장.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며

자정이 넘었는데도 광장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해가지지 않으면 번영한다는 옛 말 처럼

꺼지지 않는 빛을 품은 도시는

잘 나간다 하지 않았나?

 

광화문광장 일대가 그 상징이 아닌가 여겨진다.

사람들은 제풀에 지쳐 잠시 물러 갈 지언정

광장을 비추는 빛들은 꺼지지 않은 채

변함없는 내일을 준비하듯이

 

꺼지지 않는 빛이 항상 인생을 비추어주길 바라는 것은

터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작은 소망이 아닐까?

 


July, 2019.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