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출근길에 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집을 나선다. 다른 건 없다. 사진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사진으로 마무리되는 삶이 그저 즐겁기에. 중간에 힘들거나 고달픈 순간도 많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지 눈 앞에 펼쳐진 길가에 덜 치워진 짱돌 무더기이기에 나아가기 성가실 뿐, 그렇다고 앞을 막지 못한다. 강남역을 나와 아침을 걸어가기 무섭게 대로변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며 사진 속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삶을 시작하는 순간을 통해 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본다. 오늘은 어떤 사진을 찍을까? 오늘은 어떤 순간을 잡을까? 어느새 나는 조금씩 단조로운 삶이 아닌 다이나믹한 삶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그저 목에건 카메라 하나와 함께. 2019년 9월의 어느 날.
평소에 나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굳이 안가던 곳을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패턴을 바꾸어 매번 지나가던 곳을 들르기로 하였다. 아인슈페너가 한 잔 하고 싶어 찾아간 카페에는 막상 메뉴가 품절되어 결국 이번에도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간만에 다른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시간을 보냈다. 하늘 색깔이 심상치가 않다. 타오르던 일상은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선선해져가고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벌써 올해도 절반을 훌쩍넘어버렸다. 햇살따라 사진마저 발색이 묘하게 나타났다. 딱히 특별하지 않은 흔한 아파트마저 사진에서만큼은 특별한 필드가 되어버렸다. 만약 모델이 있었다면 햇살 따라 찍으면 인생샷 나오기 참 좋았던 토요일 저녁. 휴일이 끝나고 다음 날, 귀찮은 기분을..
무더위에 지쳐가는 일상을 달래려 정동 인근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과감하게 지르고 숙소에서 정동을 내려다보았다. 익숙한 모습들이 하나 둘 보여지고 보여지는 것과 다르게 밖으로 나가면 금방 무더위에 지쳐버린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그렇지 않아도 씻고 개운한 마당에 그대로 푹신한 침대에서 낮잠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 조금 늦게 낮잠을 즐기다 밖으로 나온다. 도심에서 즐기는 낮잠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조금 금전 여유가 된다면 퇴근하고 금요일-토요일끼고 이렇게 호캉스 즐겨보고 싶은데 사실 매번 그러는 것이 쉽지 않기에 잊혀질 법 할때 또 시도해보겠다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니 여느 때 다름 없는 한산한 일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기분탓인지 평소에 매번 이곳까지 나오다 홀가분하게 걸어서 나오니 더 느낌은 완연히 다..
버스를 타고 해방촌으로 넘어왔다. 후덥한 가운데 길을 따라 이태원동으로 향하는 와중에 재미있는 안내표지를 보았다. 처음 마주하곤 느껴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 "누구냐 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어느 동물병원의 기가 막힌 마케팅이다. 잠시 육교로 올라갔다. 흑백으로 담아본 해방촌 언덕은 참으로 묘하기만 하다. 저 멀리 보이는 교회와 하늘을 지탱하는 남산타워의 조화는 사람들이 의존하는 종교마저 인간의 기술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뭔가 아이러니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았다. 그저 넌센스 같은 세상의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하늘과 도로는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리단과 이태원을 잇는 녹사평 언덕길은 참 재미있는 곳인 것 같다. 언덕으로 늘어진 개인 카페와 레스토랑 + 펍들이 어우러져 젊음을..
더위에 지친 가운데 서촌골목을 지나다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다. “Your Word is a Lamp to My Feet and a Light for My Path.” - Psalms 119:185 - 더운 것도 모자라 막상 들어갈 생각도 없는 카페에 새겨진 창가의 문구와 반대편 거리를 비추는 유리창 속의 세상은 참 부조화스러운 분위기를 풍겨주었다. 마치 이곳의 더위로부터 해탈하라는 것 처럼 어디 나라 말 처럼 자력갱생하라는 것 같은 느낌. 밖의 무더위를 알랑가 몰랑가 이곳의 오래된 미용실은 여느 때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여름에는 모발이 참 거슬리기만하다. 헤어커트를 해도 얼마 안된거 같은데도 모발이 빨리자라는 것 같고 특히 지성모발이라면 여름 무더위에 더 장난아니게 분비되는 개기름과 땀+미..
전철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갈려 하는데 정작 움직여야 할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한증막 같은 공기 그리고 끈적거리는 미지근한 빗방울. 벌써부터 머리에서 발 끝까지 푹 고아낸 육수같은 땀 방울이 몸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비를 피하려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도로에는 마구잡이로 질주하는 차들로 사람들은 신호가 바뀌길 기다린다. 그때 어느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급한 것 같다. 잠시 비가 멎었지만 차량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과 습한 공기가 뒤엉켜 가만히만 있어도 불쾌감이 엄습한다. 1분 1초도 견디기 힘든 가운데 마침내 신호가 바뀌어 사람들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람들의 좌충우돌 일상 속에 광장은 그런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양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정..
Photo note_ 작년에 티스토리에 홈페이지를 겸한 새로운 블로그를 만들었으나진부한 체계로 계속 운영하기 힘들어 결국 네이버블로그만 간간히 하다이 마저도 아예 손을 놓아버렸다. 그러던 중.영영 바뀌지 않을 것 같은 티스토리 체계도내년 초에 바뀌고 글쓰기 에디터도 바뀐다는 소식에가뜩이나 아이패드로 세밀한 정밀 작업을 제외하면 왠만한 기본 작업을 진행하기에다시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고자 이참에 새롭게 개편해버렸다.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것은새롭게 개편되고 난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물론 최근 경향에 따라인스타그램을 위주로 작업한 사진들을 게시하고 있으나아무래도 제일 좋은 건 블로그겠지... 생각해보니 올해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이번 해는 내게 참 천국과 지옥을 오갈정도로괴로운 한 해이기도 하였다. ..
가끔 사진을 찍으며 느끼는 것이지만그림자로 뒤덮힌 어둠을 깨우는 한 줄기의 빛은눈에 보이는 그림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빛과 그림자를 보면서느끼던 것은 다름 아닌 '희망'. 무언가 새로운 시각을 발견 할 것 같고무언가 새로운 순간을 발견 할 것 같은 빛과 그림자의 조화는빛과 어두움의 교차점에서탄생하는 사진과도 같은 역동적인 순간이 아닐까? 별 것도 아닌 것이지만희열을 느끼며 셔터를 주저없이 눌렀다. - Second Week, February, 2018.Seoul.